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제와 무역 구조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에너지 수출입 국가들의 재정, 물가, 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관세정책은 국제 유가의 변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원유, 석유제품, 가스 등에 부과되는 관세 및 세금 구조를 유가 추이에 맞춰 조정해 왔습니다. 2025년 현재,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OPEC+의 감산 정책,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국제 유가는 변동성을 지속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국의 관세정책도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국제 유가 변동과 관세정책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주요국의 정책 방향과 시사점을 도출해봅니다.
국제 유가의 구조적 변동성과 무역관세 대응
국제 유가는 원유 생산국의 공급 결정, 글로벌 수요 회복 수준, 지정학적 리스크, 에너지 전환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통상 단기적인 급등락과 중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보입니다. 2025년 8월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5~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동 정세 불안과 중국 수요 회복, 미국의 셰일오일 감산 조치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원유·가스 수입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며, 각국은 수입세, 관세, 부가가치세 등의 조정 정책으로 가격 충격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원유 및 석유류에 대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유가연동 관세조정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2~2024년 기간 동안 실제로 0% 관세를 적용한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유가 급등 시 유류세를 관세로 전환하거나,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식으로 국내 물가를 안정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관세정책이 유가 대응의 유연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유가가 낮을 때는 관세율을 정상화하거나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세 전환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원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정제된 석유제품(예: 경유, 항공유, LPG 등)을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제품별 관세율 구조가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수익성과 수입선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수입 시 관세 구조 개편이 무역 효율성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에너지 수입 구조와 관세정책의 상호작용
각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는 관세정책 수립의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셰일오일 혁신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순수출국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에 대한 관세 부담은 낮고, 오히려 수출 증진을 위한 관세 인하 및 세제 혜택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 한국,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어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제 유가 변동 시 국내 물가와 산업 비용에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이들 국가는 원유에 대한 기본 관세를 낮게 유지하거나, WTO 감축약속에 따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고 있으며, 비축기지 확대, 장기계약 전략과 병행하여 관세조정권을 확보해 둡니다.
2025년 한국의 경우, 원유는 무관세 품목으로 분류되며, LPG, LNG 등은 관세가 부과되나 시기별로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국제 유가가 일정 기준 이상 급등할 경우, 수입에 따른 세금 및 관세를 인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유류세와 관세를 연계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가가 하락할 경우 역설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논리가 강화되어,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원상복구하거나 보호관세를 강화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에너지 수출국들은 국제 유가 하락 시 세수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고정 관세율 유지 또는 수출세 도입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 흐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합니다.
탄소국경세 도입과 에너지 관련 관세의 구조적 변화
에너지 가격과 무역정책은 이제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탄소 배출과 환경 규제에 의한 정책 전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EU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5년 본격 시행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의 수입품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비용이 관세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습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통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이어, 향후 석유화학, 정유 제품, 비료 등 에너지 원재료 자체에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사실상의 에너지 관세 체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탄소 에너지에 대한 수입 구조를 변화시키고, 무역 흐름 자체를 재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친환경 에너지 수입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며, 수입 석탄, 고유황 연료 등 고탄소 원료에 대해 추가 세금을 부과하거나, LNG, 수소 등 청정에너지원에는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차등 관세 구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 자체보다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관세가 달라지는 구조로, 기존 유가 중심 정책에서 탄소 기준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미국, 일본 등도 유사한 구조를 검토 중이며, 에너지 관세는 향후 ‘탄소 회피 비용’, ‘기후 리스크 조정 비용’의 개념으로 진화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국제 유가 변동성과 상호작용하며, 특정 국가의 수출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에너지 무역에서의 관세는 이제 단순한 가격 보전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전환과 환경 정책을 반영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결론: 국제 유가 변동은 관세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
2025년 현재, 국제 유가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세정책은 점점 더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유가 변동에 따라 수입세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에너지 세제와 관세를 통합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탄소 기준에 따른 신규 관세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관세정책은 이제 국제 유가 대응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환경 지속가능성을 모두 고려하는 다층적 정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통상질서와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