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자 지정학적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자부품을 넘어, AI, 클라우드, 전기차, 국방 시스템 등 모든 핵심 산업의 기반이 되며, 이에 따라 각국은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관세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더 이상 단순한 무역 조정 수단이 아니라, 기술 주권 확보와 산업 리더십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방향성까지 좌우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중 기술 경쟁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서의 관세정책 적용 방식과 그 효과, 그리고 주요국의 대응 전략을 종합 분석합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반도체 관세정책의 역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은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선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강화되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고율 관세 및 수출 통제를 결합한 복합 통상 압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말부터 미국은 첨단 반도체(5nm 이하 공정)의 중국 수출을 원천 금지했으며, 동시에 반도체 제조 장비 및 설계 소프트웨어(EDA 툴)에 대한 중국 수출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산 반도체 완제품 및 관련 부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복귀 정책(CHIPS Act 2.0)과 연계되어 자국 생산 확대 및 기술 주도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자립화 전략을 강화하며,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대규모 국가보조금과 함께, 미국·일본 등지에서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산 GPU, 메모리, SoC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해외 반도체 장비 도입에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간재 수입에는 유연한 관세 정책을, 완제품에는 보호 중심의 관세를 택하는 이중 전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세정책과 반도체 기술 자립 전략
관세는 국가가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립을 도모하는 데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관세를 통해 외산 반도체에 가격장벽을 설정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미국과 EU는 국가 차원의 제조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동시에, 비우방국 제품에는 관세나 인증 규제를 적용해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다층적 공급망 구조(설계, 장비, 원재료, 생산, 패키징 등)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공정별로 차등적인 관세정책이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입관세는 낮게 유지하면서도,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역전 가능성을 막고, 자국 산업의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 투자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EU는 ‘EU Chips Act’를 통해 생산 보조금과 함께 역외 수입 반도체에 대해 환경·인권 규제를 적용하여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부 민감 부품은 원산지 기준을 강화하여 사실상의 관세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내 자국의 입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EU의 대응 전략: 선택과 조율
한국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점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어, 관세정책과 수출규제 변화에 매우 민감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관세를 통한 산업 보호보다는, FTA와 다자 협정 체계를 활용한 ‘열린 공급망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은 미국, EU, 아세안 국가들과의 FTA를 통해 반도체 부품 및 장비의 관세 감면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현지 생산 또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은 관세 회피와 보조금 확보라는 두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U는 자국 내 반도체 설계 및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 중심의 산업정책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중국산 저가 반도체에 대해 추가 관세 또는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 대만, 일본 등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와 기술 공유 협정도 체결하여, 공급망 위험을 분산시키는 다자적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은 단순한 관세 조정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정책·외교 전략·표준화 협력 등 다양한 수단과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론: 관세는 반도체 경쟁력의 조정 수단이다
반도체는 기술, 안보, 산업의 경계에 놓인 전략 핵심 자산이며, 이를 둘러싼 관세정책은 국가 간 경쟁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우위 확보를 위한 관세 및 수출통제를 복합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EU와 한국 등은 다자 협정과 보조금 체계, 무역 장벽 최소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관세정책은 단순한 수출입 조정 기능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 설계, 기술 이전, 공급망 분산, 산업 생태계 형성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경쟁력은 기술력과 자본뿐 아니라 관세·통상 전략의 정교함과 대응 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각국은 산업 보호와 글로벌 협력 사이에서 지속적인 조율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