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정책 갈등은 기후·산업 보조금, 철강·알루미늄 관세, 그리고 전기차·청정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을 둘러싸고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철강 관세는 유럽 산업계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양측의 통상 협상과 갈등 조정이 주요 외교·경제 현안으로 부상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IRA 관련 보조금 정책, 철강 관세 재부과 논란,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EU의 외교 전략과 향후 전망을 분석합니다.
IRA와 청정에너지 보조금 갈등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기후변화 대응과 제조업 부활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입법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배터리 생산 지원금, 재생에너지 투자 세액공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액공제 혜택은 ‘북미 최종 조립’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산 핵심광물 사용’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어, 유럽 완성차·배터리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EU는 IRA가 사실상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차별적 보조금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동시에 미국과의 ‘IRA 작업반’을 구성해 유럽산 전기차와 부품의 세액공제 대상 포함을 요구했으며, 일부 광물·부품에 대해서는 예외 승인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유럽 산업계는 여전히 미국 내 생산거점 이전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유럽 내 일자리와 투자 유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IRA를 통해 청정에너지·전기차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우방국과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도입한 철강(25%)·알루미늄(10%) 관세는 미·EU 무역 갈등의 상징적 사안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일부 관세를 철회하고 ‘관세-쿼터제(Tariff Rate Quota)’를 도입했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양측의 합의 기한이 만료되면서 재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EU산 철강에도 엄격한 원산지 검증과 환경기준 충족 의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U는 이에 반발하며,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WTO 규범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EU는 자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통해 수입 철강·알루미늄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산 제품에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에 미국 산업계는 CBAM을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자국 산업 보호와 기후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 보조금과 보호무역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교 협상과 향후 전망
미국과 EU는 통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무역·기술위원회(TTC)’를 통해 정기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IRA·철강 관세·CBAM 등 복수의 쟁점을 패키지로 조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에너지·산업 전략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합의는 쉽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IRA 세액공제의 일부 완화와 철강 관세 적용 유예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측이 각각의 산업 보조금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전기차·배터리·철강 산업은 미·중·EU 3자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무역 갈등은 불가피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제3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상이한 규제·보조금 체계에 맞춘 ‘이중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 생산거점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결론: 보조금·관세 갈등은 기후·산업정책의 연장선
미국과 유럽의 IRA·철강 관세 갈등은 단순한 통상 분쟁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전략 목표를 둘러싼 정책 충돌입니다. 양측 모두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동맹국 간 무역 마찰을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균형이 요구됩니다.
앞으로 미·EU 무역정책의 향방은 청정에너지·전기차·철강 산업에서의 기술·공급망 협력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