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산업보호 정책은 글로벌 경제와 무역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두 경제권은 세계 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첨단기술, 제조업, 환경규제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합니다. 그러나 산업보호 접근 방식과 정책 수단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전략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보조금·관세·수출통제를 결합한 ‘안보 중심 보호’ 모델을 강화하며, EU는 환경 지속가능성과 공정경쟁을 핵심 가치로 둔 ‘규범 중심 보호’ 전략을 펼칩니다. 이러한 차이는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철강, 디지털산업, 공급망 전략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칩니다.
반도체 산업 보호와 공급망 전략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반도체 제조기업에 50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지원 기업에는 10년간 중국 등 특정국에 첨단 공정 투자를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합니다. 이는 생산 회귀와 동맹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합니다.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 등과 함께 첨단 노광장비 수출 제한을 통해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EU는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으로 2030년까지 세계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하며, 회원국 공동 투자, 민관 파트너십, 전문 인력 양성을 동시에 추진합니다. 미국이 안보·동맹 기반의 차단형 전략을 택한다면, EU는 개방성과 자립성을 병행하는 협력형 모델을 지향합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과 환경규제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와 동맹국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만 세액공제를 허용합니다. 이는 제조업 활성화와 중국산 부품 의존 축소를 동시에 겨냥합니다. 또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자원의 공급망을 캐나다·호주·한국 등과 협력해 확보하고 있습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탄소집약 제품 수입 시 EU 배출권거래제(ETS)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합니다. 이는 환경 목표와 역내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조치입니다. 미국은 인센티브 중심, EU는 규제 중심이라는 차이가 뚜렷합니다.
철강 산업 보호와 무역조치
미국은 섹션 232 관세를 통해 주요 수입국 철강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국가는 수입쿼터 협정을 체결해 탄력적으로 조정합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산 저가 제품 차단과 국내 고용 보호를 명분으로 합니다. EU는 세이프가드 조치와 CBAM을 결합해 고탄소 생산 제품의 역내 진입을 제한하며, 저탄소 제철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보호합니다. 미국이 단기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EU는 장기적인 산업 구조 개선을 추구합니다.
디지털 산업과 기술표준
미국은 클라우드, AI,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자국 기업 우위를 유지하고, 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국의 IT 장비·서비스 사용을 제한합니다. AI·사이버보안 표준 설정에서도 미국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지원합니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시장 독점 방지, 플랫폼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합니다. 또한 AI법(AI Act)을 통해 위험기반 규제 체계를 도입, 인권·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AI 시스템의 시장 진입을 차단합니다. 미국은 혁신 속도를 우선, EU는 규범과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입니다.
공급망 연계와 무역외교
미국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으로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등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며, 핵심 광물과 부품 조달을 안정화합니다. EU는 개방형 무역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산업의 역내 생산 능력을 확대합니다. 또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 등과 FTA를 체결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기후·환경 규범을 협정에 반영해 자국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보조금·관세·수출통제를 활용해 전략산업을 직접적·단기적으로 보호하며, 안보와 기술 우위를 최우선 가치로 둡니다. EU는 환경·디지털 규제와 표준을 기반으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보호를 지향하며, 지속가능성과 공정경쟁을 중시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생산 전략뿐 아니라 제3국의 통상정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향후 미·EU 간 산업 협력과 경쟁 구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