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럽과 미국의 통상정책은 관세 부과 방식, 수입 규제 구조, 표준 설정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지역 모두 글로벌 무역 질서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갖지만, 정책 기조와 전략 목표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미국은 경제안보, 전략산업 보호, 공급망 재편을 우선시하며 맞춤형 관세와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기준과 다자주의적 무역 규범을 중심에 두고, 개방적이지만 환경·품질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의 시장 진출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세 정책 차이 - 맞춤형 부과 vs 환경·사회 기준 중심
미국의 관세 정책은 국가안보와 전략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부과가 특징입니다. ‘섹션 232’와 ‘섹션 301’ 조항을 활용해 특정 국가와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러시아산 철강·알루미늄, 첨단기술 부품,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관세를 유지 또는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관세를 무역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FTA 개정, 원산지 규정 강화, 기술이전 제한 등을 유도합니다.
반면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자유무역 원칙을 유지하되, 환경·노동·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제(CBAM)나 환경세 형태의 추가 부담을 부과합니다. 이는 관세율 자체를 높이기보다는, 환경·사회 기준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고탄소 배출 산업 제품이나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수입 제한 또는 가격 인상 효과를 주는 규제를 적용합니다.
수입 규제 차이 - 전략산업 보호 vs 지속가능성 확보
미국의 수입 규제는 공급망 안보와 전략산업 자급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핵심 산업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 품목에 대한 규제와 인증 절차를 강화합니다. 또한,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 심사(CFIUS)를 강화해 전략산업 관련 인수·합병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EU의 수입 규제는 지속가능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재활용 가능 자원 사용, 친환경 생산공정, ESG 공시 의무 등 환경·사회 규범을 충족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부터 발효된 ‘지속가능 제품 규제(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는 제품의 전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규범으로 작용합니다.
표준 정책 차이 - 기술 패권 vs 규범 표준화
미국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표준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합니다. 반도체, AI, 바이오, 국방 기술 분야에서 자국 중심의 표준을 수립하고 이를 동맹국과 공유하여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5G·6G 통신 표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한국, 호주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U는 표준화 정책에서 규범과 절차의 조화를 중시합니다. 유럽표준위원회(CEN)와 유럽전기표준위원회(CENELEC)를 중심으로 산업 표준을 통합하고, 이를 ISO(국제표준화기구)와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등 국제기구에 적극 반영합니다. 특히, 환경·안전·소비자 보호 기준을 글로벌 표준에 반영함으로써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시장 진입 장벽을 형성하는 효과를 냅니다. 이러한 접근은 ‘규범 수출’ 전략으로 불리며, EU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통상정책 차이는 관세·수입 규제·표준 제정에서 각각 다른 철학과 목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맞춤형 관세와 전략산업 보호를 통한 경제안보 강화에 집중하고, 유럽은 환경·사회 기준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와 규범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합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양 시장에 동시에 진출하기 위해 두 가지 상이한 규제와 표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