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제조 스타트업이 유럽연합(EU) 시장에 진출하려면, 단순한 수출 절차 이상의 복잡한 리스크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품질·사회 규범을 시행하는 지역 중 하나로, 탄소국경조정제(CBAM), 순환경제 정책, CE 인증, 화학물질 규제(REACH) 등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자본·인력·시간 제약이 크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리스크를 식별하고 체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본 글에서는 환경·지속가능성 규제, 제품 인증·품질 기준, 공급망·노동 규범, 세제·행정 절차, 환율·물류비 변동, 현지 경쟁이라는 6대 리스크를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환경·지속가능성 규제 – CBAM과 순환경제 정책
EU 진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탄소국경조정제(CBAM)의 본격 시행입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비료, 수소 등 고탄소 배출 산업부터 적용이 시작되며, 향후 범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제조 스타트업이 해당 품목을 직접 생산하거나, 부품·원자재 단계에서 포함될 경우 탄소배출량 산정과 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됩니다. 이를 위해 생산공정의 탄소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또한, EU는 순환경제 패키지를 통해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포장재 재활용성, 제품 수명 연장 설계 등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에는 배터리 교체 가능 구조, 플라스틱 재활용률 표시, 수리 용이성 지표 제공이 요구됩니다. 스타트업은 초기 제품 설계 단계부터 환경친화적 소재와 모듈형 디자인을 적용하면 인증·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제품 인증·품질 기준 – CE, RoHS, REACH
EU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려면 CE 마크 부착이 필수입니다. CE 인증은 제품이 안전·건강·환경·소비자 보호 요구사항을 충족함을 의미하며, 전기전자제품은 저전압지침(LVD), 전자파적합성(EMC), 기계류 지침(MD) 등 세부 지침에 따라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유해물질 사용 제한(RoHS)과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REACH) 규제가 적용되어 납, 수은, 카드뮴, 특정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인증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스타트업은 제품군별 인증 절차를 사전에 파악하고, 시험기관과의 협력, 표준화된 기술문서 작성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인증 담당 엔지니어를 참여시키면 재설계·인증 지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 매뉴얼, 라벨, 경고 표시 등 부속 문서도 현지 언어와 규정에 맞춰야 합니다.
공급망·노동 규범 – CSDDD와 인권·노동 조건 준수
EU는 2024년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도입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노동·환경 리스크를 식별·예방·시정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비록 초기에는 대기업이 대상이지만, 스타트업이 이들과 거래하거나 OEM/ODM 공급망에 포함될 경우 동일한 기준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청 공장에서의 아동노동, 안전 기준 미준수, 환경오염 문제 등이 발견되면 거래 중단, 손해배상, 벌금 등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도 협력업체 선정 단계에서 사회적 책임(SR) 검증 절차를 갖추고, 공급망 실사 보고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 향상과 장기 파트너십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세제·행정 절차 – 회원국별 차이와 복잡성
EU는 단일시장이지만, 세율·세제·행정 절차는 회원국별로 상이합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VAT) 기본세율은 국가별로 17~27%까지 차이가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해 감면 세율을 적용합니다. 법인세율, 사회보장 부담금, 노동계약 규정도 국가마다 달라 사업 구조 설계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은 진출 대상 국가의 세무·노무 전문가와 협력해 법인 설립 형태, 세금 신고·납부 절차, 고용계약 표준을 사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국가는 외국인 투자 승인, 제품 등록, 현지 대리인 지정 등을 요구하므로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습니다.
환율·물류비 변동 – 공급망 비용 관리
유로화 환율 변동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원재료를 달러화로 수입하고, 제품을 유로화로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환율 변동에 따른 마진 압박이 커집니다. 이를 완화하려면 환헤지(FX Hedging) 전략, 다통화 결제 시스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류 측면에서는 해상 운임 변동, 항만 혼잡, 육상 운송 제한 등이 불확실성을 높입니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운송 규제 강화로 물류비가 상승하고 있어, 스타트업은 3PL(Third-Party Logistics) 활용, 현지 조립·생산 거점 구축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현지 경쟁과 브랜드 신뢰 구축
EU 제조업 시장은 현지 중소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강력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제조 강국에서는 품질, 기술력, 서비스 신뢰도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타트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지 전시회 참가, 산업 클러스터 입주, 지역 사회 공헌 활동 등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한 마케팅 전략과, 유럽 소비자 특성에 맞춘 커뮤니케이션(다국어 지원, 현지 문화 반영)이 필수입니다.
결론적으로, 제조 스타트업의 EU 진출은 환경·품질·사회 규범과 복잡한 행정·세제 절차라는 다층적 장벽을 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사전 준비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현지화 전략을 결합한다면 EU 시장은 장기적인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 확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