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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통상규범 경쟁 (미국, EU, 중국의 국제표준 경쟁)

by dacobubu2 2025. 8. 18.

미국·EU·중국의 AI 통상규범 전략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은 기술경쟁을 넘어, 글로벌 통상규범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I의 알고리즘 설계 방식, 데이터 처리 구조, 안전성 기준 등은 단순한 기술 사안이 아닌, 국가 간 교역과 투자, 정보 이동,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는 새로운 통상 이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EU, 중국을 중심으로 AI 규제 프레임워크와 산업 표준을 놓고 본격적인 통상규범 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디지털 통상질서 재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EU·중국의 AI 통상규범 전략, 주요 쟁점, 향후 협력 가능성과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미국: 자유시장 기반 AI 규범의 글로벌 확산 전략

미국은 AI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주도해 온 국가로, AI 통상규범에서도 '민간 주도, 자율 규제, 시장 친화'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AI 행정명령을 기반으로 안전성, 투명성, 책임성 등 기본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과도한 사전규제가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G7, OECD 등 다자 채널을 통해 AI 규범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AI 및 디지털 규범을 포함시켜, 데이터 자유이동, 알고리즘 차별금지, 디지털 신뢰 구축 등의 항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AI를 포함한 디지털무역 전반의 ‘공정한 기술 접근’ 원칙 확산을 목표로 하며, 중국식 통제모델과 차별화된 ‘자유 민주주의형 기술통상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글로벌 기술 기업(구글, 오픈AI, 메타 등)을 중심으로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이들이 WTO, ITU, ISO 등 국제기구의 표준 설정 논의에 참여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은 통상규범 경쟁에서도 ‘시장주도 vs 국가통제’의 전선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EU: 강력한 법제 기반의 AI 규범 외교 전략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법안(AI Act)’을 최종 통과시킴으로써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법을 입법화한 지역입니다. 이 법은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구분하고, 고위험 AI의 경우 개발·사용에 앞서 투명성 보고, 인간 개입, 편향 방지 등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안전, 인사채용, 의료, 금융 등 민감 분야에 적용되는 AI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위반 시에는 매출의 7%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EU는 이러한 법적 프레임을 바탕으로 글로벌 규범 외교를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AI 법안 기반의 규제 기술 이전을 제안하며, 자국 기준을 국제표준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구사 중입니다. EU-아프리카 파트너십, EU-ASEAN 디지털 대화 등을 통해 AI 규범 수용을 조건으로 원조 및 기술 협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EU는 미국과는 공동 규범 구축을 위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성과 투명성 측면에서는 더 강한 기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들도 EU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는 사실상 글로벌 기업의 행동 기준을 EU식으로 재정의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중국: 기술 통제 모델 기반의 규범 내재화 전략

중국은 AI를 국가 주도 기술로 분류하고, 엄격한 검열·통제 체계를 내재화한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생성형 AI 관리조례’는 모든 AI 시스템이 사회주의 핵심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허위정보 생성 금지, 실명인증, 정부등록 등의 요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규제는 강력한 국가 감시 체계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공공안전과 정치적 안정 유지라는 목표 아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자국 내 AI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AI 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디지털통상 협정 내 AI 기준을 자국 모델에 맞추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중국-중앙아시아 협력체 등에서 AI 기준과 데이터 주권 원칙을 강화하는 조항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서방 중심의 통상규범에 대한 대항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 ‘디지털 주권’ 프레임을 공유하며, AI 규범 경쟁에서 블록화 전략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결론: AI 통상규범은 기술패권 경쟁의 또 다른 전장이다

AI 통상규범은 단순한 기술 표준화 논의를 넘어, 각국의 가치체계와 통상 전략이 반영된 새로운 질서 재편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시장 기반의 개방형 모델, EU는 법제 기반의 윤리중심 모델, 중국은 국가통제 중심의 안정우선 모델을 각각 내세우며, AI를 둘러싼 글로벌 규범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은 이러한 규범 블록 사이에서 기술표준 선택, 데이터 정책 정비,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 등을 신중히 조율해야 하며, GVC(Global Value Chain)와 통상규범의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외교·산업 전략이 필요합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혁신기술이 아닌, 글로벌 통상규범을 재정의하는 핵심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