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혁신의 영역을 넘어, 안보·통상·외교 정책과 직결되는 전략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들은 AI 관련 기술, 반도체, 알고리즘, 데이터의 해외 이전 및 수출을 규제하면서 국제 통상질서 재편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산업경쟁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정책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의 AI 수출통제 정책, 알고리즘 관련 통상 규제, 글로벌 규범 형성 경쟁의 흐름을 살펴보며, AI가 어떻게 통상의 핵심 축으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미국의 AI 기술 수출통제 강화 정책
미국은 AI 기술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2023년 이후부터 AI 반도체, 고성능 연산 장비(HPC),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미국 상무부 산하 BIS(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전략적 경쟁국을 대상으로 AI 핵심 기술의 직접 수출은 물론, 미국 기술이 25% 이상 포함된 간접 수출(해외직접제품규칙, FDPR)도 규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AI GPU(A100, H100 등)에 대해서는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AWS, MS Azure와 같은 미국 클라우드 플랫폼의 AI 학습 능력을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행위까지도 제재 대상이 되는 등 수출통제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기술격차 유지’와 ‘AI 군사 활용 차단’을 주된 목표로 하며, 미국은 반도체 설계, AI칩 장비, 컴파일러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 훈련 기능 등을 포함해 AI 산업의 전 주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AI 기업들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 대만, 유럽의 반도체·AI 스타트업도 전략 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AI 알고리즘 공개 규제와 통상 갈등 확산
AI 통상규제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는 ‘알고리즘 공개 요구’입니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AI 플랫폼 기업에게 알고리즘 설명 또는 소스코드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기업들에게 심각한 통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Act’를 본격 시행하면서, 특정 위험군에 속한 AI 시스템에 대해 알고리즘 투명성, 설명 가능성, 데이터 편향 제거 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고, AI 기반 서비스 기업은 인증 절차를 통해 유럽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알고리즘 공개가 기업의 핵심 기술을 침해하며, 기술보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3년부터 자국 내 AI 챗봇, 추천 알고리즘, 광고 모델 등에 대해 정부의 사전 심사와 내부 로직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안보와 사회통제 목적이 강하게 반영된 규제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이러한 조치들이 ‘기술보호무역주의’ 또는 ‘디지털 국수주의’라고 비판하며, 글로벌 무역의 장벽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WTO에서는 AI 알고리즘과 디지털 상품의 투명성 문제에 대한 통일된 규범이 부재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미국은 양자간 디지털 무역협정 또는 IPEF 등을 통해 ‘알고리즘 공개 금지’, ‘소스코드 요구 금지’ 조항을 통상규범에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디지털 통상 환경의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AI와 통상규범 형성 경쟁: 미국, EU, 중국의 전략 비교
AI 통상규제는 단순한 기술통제가 아니라, **국제 규범 형성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2025년 현재, 미국, EU, 중국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AI 통상 규범을 구축하고 있으며, 각국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미국은 ‘시장기반 규제 최소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혁신 생태계의 자율성과 기업의 기술 자산 보호를 우선시합니다. 대신,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출 통제는 강화하고 있으며, 알고리즘 공개나 데이터 현지화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미국은 IPEF, CPTPP 디지털 조항, 미-일, 미-싱가포르 디지털 협정을 통해 자국형 통상 기준을 확산하려고 합니다.
EU는 ‘책임 있는 AI’ 원칙을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 중입니다.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윤리성, 공정성, 설명가능성 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디지털세와 플랫폼 책임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미국 기업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통제 우선’ 모델을 구축 중이며, AI 기술의 사회통제 활용, 데이터 검열, 로컬 서버 저장, 알고리즘 심사 등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는 동시에 외국 플랫폼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AI 통상규제는 단순한 수출입 문제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결정하는 국가 전략 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중견 기술국은 이 사이에서 정책적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결론: AI 통상규제는 기술패권 시대의 핵심 정책 축이다
2025년 현재 AI 통상규제는 산업·기술·외교·안보 정책이 융합된 새로운 통상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AI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알고리즘·데이터 현지화·소스코드 공개 요구에 대해 통상법적 대응을 병행하며, 글로벌 규범 형성을 주도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보호주의를 넘어, 기술패권과 국가경쟁력 확보의 문제로 직결되며, 글로벌 기업은 미국·EU·중국 간 규범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맞는 기술 운영, 사업 전략, 통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AI는 이제 무역의 대상이 아니라, 무역의 규칙을 바꾸는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